야구 배팅으로 생각보다 크게 먹었던 날
지금도 가끔 야구 경기 보면 떠오르는 날이 있다.
그날은 원래부터 크게 뭔가 해보려고 했던 날이 아니었다. 그냥 저녁에 야구 경기가 몇 개 있어서 친구랑 치킨 시켜놓고 경기를 보고 있었다. 평소에도 야구를 좋아해서 선수들 기록이나 팀 분위기 같은 걸 찾아보는 편이었는데, 그날따라 유난히 경기 결과가 궁금했다.

친구가 갑자기 그러더라.
"오늘 그냥 소액으로 해볼래?"
나도 처음에는 별생각 없었다.
어차피 경기 보는 김에 재미로 결과를 예상해보자는 정도였다. 그래서 정말 부담 없는 금액으로 시작했다. 처음부터 큰돈을 생각했다면 아마 긴장해서 경기 자체를 제대로 못 봤을 것 같다.
그날 첫 번째로 본 경기는 예상보다 팽팽했다.
나는 선발투수 기록을 보고 한쪽 팀이 조금 유리하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는 반대쪽을 골랐다. 둘이 서로 자기 생각이 맞다고 우기면서 경기를 봤는데 1회부터 분위기가 묘했다.
내가 예상한 팀이 초반부터 안타를 연속으로 치면서 먼저 점수를 냈다.
친구가 바로 말했다.
"오늘 너 감 좋은데?"
나도 웃으면서 "아직 한참 남았지"라고 했다.
야구는 초반에 앞서 있다고 끝나는 경기가 아니니까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3회, 4회가 지나면서 점수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괜히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사실 금액 자체가 엄청난 것도 아니었는데, 내가 예상한 흐름대로 경기가 진행되니까 숫자보다 경기에 더 집중하게 됐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장면도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다.
투수의 볼 배합부터 수비 위치, 타선의 흐름까지 계속 보게 됐다.
그런데 야구라는 게 참 알 수 없는 스포츠다.
중반까지 여유 있게 앞서던 팀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5회에 볼넷이 나오고, 연속 안타까지 맞으면서 순식간에 점수가 좁혀졌다. 친구는 옆에서 "이거 뒤집히는 거 아니냐?"고 했고 나도 순간 긴장했다.
결국 동점까지 만들어졌다.
그때부터는 그냥 경기 자체를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결과 때문에 보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야구 경기의 긴장감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7회.
내가 응원하던 팀이 다시 한 점을 만들어냈다.
8회에도 추가점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다시 바뀌었다.
마지막 9회가 됐을 때는 친구랑 둘 다 말이 없어졌다.
상대 팀 마지막 공격이 시작됐고, 첫 타자가 출루했다.
갑자기 불안해졌다.
다음 타자가 안타를 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장타성 타구가 나왔고 순간적으로 "끝난 거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외야수가 끝까지 따라가서 공을 잡아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하나씩 줄어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타자가 삼진으로 물러나는 순간 경기가 끝났다.
친구랑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됐다!"
처음에는 정말 별것 아닌 금액으로 시작했는데 첫 경기 결과가 좋게 나오니까 생각보다 기분이 좋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처음에는 잃어도 상관없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결과가 나오니까 욕심이 생겼다.
"이 정도면 오늘 감이 좋은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친구도 계속 다음 경기를 보자고 했다.
그런데 나는 일부러 한 번 멈췄다.
이미 결과가 좋았는데 여기서 욕심내다가 전부 다시 잃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경기는 그냥 관전만 하기로 했다.
그런데 두 번째 경기에서 또 내가 생각했던 팀이 앞서가기 시작했다.
친구가 "이번에도 해볼걸 그랬다"고 하면서 아쉬워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잠깐 흔들렸다.
하지만 그대로 참았다.
그리고 그 경기는 결국 내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반대로 흘러갔다.
초반에 앞서던 팀이 후반에 무너졌고, 결국 역전까지 당했다.
그걸 보면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만약 거기에 추가로 돈을 넣었다면 첫 경기에서 얻은 걸 다시 잃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래서 결과보다 '멈췄던 순간'이다.
사실 처음에는 단순히 운 좋게 맞힌 하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스포츠 결과는 아무리 기록을 많이 보고 분석해도 확실하게 맞힐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야구는 특히 변수가 많았다.
선발투수가 잘 던지고 있어도 갑자기 한 이닝에 무너질 수 있고, 잘 맞은 타구 하나가 수비 실수 때문에 결과를 바꿀 수도 있다. 9회 마지막 공 하나로 경기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히기도 한다.
그날 내가 맞힌 것도 결국 여러 가지 상황과 운이 겹친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내가 분석을 엄청 잘했다"는 생각보다는 "그날 운이 정말 좋았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특히 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작은 금액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생각보다 큰 금액이 되어 있었던 게 신기했다.
돈 자체보다 기억에 남는 건 친구와 같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기다리던 순간이다.
야구장에서 직접 보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TV로 보는 경기였는데도 마지막 순간에는 마치 우리가 경기장에 있는 것처럼 긴장했다.
마지막 공이 들어가고 경기 종료가 뜨자 둘이 동시에 웃었다.
친구가 말했다.
"야, 오늘은 네 날이다."
나도 웃으면서 대답했다.
"오늘만 그런 거겠지."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이 맞았다.
그날 이후에도 야구 경기를 많이 봤지만 비슷한 결과가 계속 나온 적은 없었다.
오히려 한 번 잘됐다고 자신감이 붙으면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지금 그날을 이야기한다면 '야구로 돈 벌었던 비법' 같은 거창한 이야기는 절대 못 하겠다.
그냥 경기 흐름이 우연히 잘 맞았고, 운도 따라줬고, 마지막에 욕심을 더 내지 않았던 날이었다.
처음에는 소액으로 시작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얻었고, 그날 밤은 이상하게 잠도 잘 오지 않았다.
계속 경기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특히 9회 마지막 타자가 삼진을 당하던 순간.
그 장면 하나 때문에 지금도 그날을 기억한다.
결국 야구는 끝까지 봐야 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것 같다.
초반에 앞선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고, 후반에 밀린다고 끝난 것도 아니다.
그리고 경기 결과를 예상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많은 기록을 찾아봐도 마지막 공 하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날 내가 얻었던 건 운 좋게 나온 수익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잘됐을 때 거기서 멈추는 것도 실력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처음부터 크게 먹으려고 했던 날이 아니라, 소액으로 시작했다가 운 좋게 크게 웃었던 날.
아마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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